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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YISUH) - 좋은 보통물건을 만드는 서상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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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film by "Yisuh(서상혁작가)"


안녕하세요, 서상혁 작가님. 누보의 인터뷰에 응해주신 걸 감사 드립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좋은 보통 물건을 만드는’ 작가 서상혁입니다.


그렇군요. 어쩐지! 작가님 작품을 보면서 대부분이 심플하게 디자인되어 가죽 본연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럼, 작가님께서는 언제부터 이런 작업을 시작하셨어요?그리고 그전엔 어떤 일을 하셨죠?
2009년에 시작했으니까 가죽 작업을 한지도 어언 4년째 되었네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야외조형물 회사에 다녔어요. 야외조형물 일은 계속 밖으로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 점이 저에게는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때때로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으니까요. 저와 맞지 않는 일이었던 거죠. 저는 원래 조각을 전공해서 그런지 이렇게 한자리에 앉아서 뭔가에 파고드는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그래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결단을 내렸죠.
그렇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 그럼 작가님은 전부터 이런 작업에 관심이 있었던 건가요?
음, 저는 전부터 ‘명품은 왜 명품인가?’라는 끊임없는 의문을 가져왔어요. 명품이 명품으로 자리 잡고 인정받기까지 축적된 시간과 노력에 대해 관심이 많았죠. 많은 사람에게 명품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저도 그런 명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카소가 그린 정말 간단한 드로잉작품에 어마어마한 가격을 제시해도 아무도 토를 달지 않잖아요. 그 가벼운 드로잉을 하기까지 피카소가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을 수많은 사람이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요. 저도 제 나름대로 차근차근 그런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멋지네요. 작가님의 트레이드 마크인 Mobag project 에 대해서 얘기 좀 해주세요.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구상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말이에요.
학생 때 일이에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명품을 만져보러 가자’.
그래서 백화점 명품관에 가서 가방들을 구경하고 만져보고 했어요. 보면서도 계속 궁금했죠.
이것은 왜 이렇게 비쌀까?
사람들은 왜 이런 가격을 주고 가방을 사지? 여기서 가장 예쁜 것은 어쩌면 가방을 사면 담아주는 바로 저 종이쇼핑백인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간단한 디자인, 유행을 타지 않아서 누구나가 쉽게 들 수 있는 게 바로 종이쇼핑백이라는 거죠. 싫증 나지 않는,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가방’. 그래서 종이쇼핑백을 닮은 mobag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mobag 작업을 시작했을 땐 이것저것 어려움이 많았어요. 종이 쇼핑백만의 그 심플한 맛을 재현해내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스케치를 하고 패턴을 뜨고 작업을 하는데 정말 오랜 시간과 공을 들였죠. 실패도 많았고요. 작품을 완성하고 처음 판매를 시작했을 때 반응은 “예쁜데 비싸요” 였어요. 아무래도 브랜드 인지도가 없으니까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도 가격 때문에 오랫동안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거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결국엔 다시 와서 사가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럴 때 기분이 참 좋았죠. 정말 내가 작업한 가방 그대로가 마음에 들어서 구매하시는 거잖아요. 아직 환불사례는 없었으니까, 구매하고 나서도 후회한 분은 없다는 거겠죠?


아. 말씀하신 대로 ‘명품’이 되어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계시는 것 같네요! 작가님, 작업 과정과 그 안에서 작가님이 특별히 신경쓰시는 점은 뭐가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작품 종류에 상관없이 기본적인 과정은 다 같아요. 겉가죽과 안감이 필요하죠. 저는 번들거리는 느낌을 너무 싫어해서 면 안감을 씁니다. 이건 여담인데, 학창시절 교복 바지의 엉덩이 부분은 의자에 하도 많이 쓸려서 광이 나잖아요. 그게 저는 정말 너무 싫었거든요. 그래서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지만, 면 안감만을 사용합니다. (웃음)



지금 만드시는 품목들 말고도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나요?
구상을 하고 나면 스케치를 해요. 그 다음 과정이 패턴을 뜨는 과정인데 저는 이 사이에서 먼저 인조가죽이나 천으로 스케치한 작업을 대략적으로 한번 만들어 봅니다. 비례나 전체적인 느낌을 보기 위한 과정이에요. 작업을 하다 보면 머릿속으로 구상했을 때와 스케치했을 때, 실제로 제작했을 때 모두 느낌이 다르거든요. 각각의 과정 사이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꼭 미리 만들어 본 후에 전체적인 밸런스를 확인하고 수정할 부분은 수정한 후에 패턴을 떠냅니다. 그 다음엔 디자인에 맞춰 가죽종류를 정해요. 그에 맞는 안감도 정한 다음 가죽의 가장자리쪽을 깎아내고 갈아서 얇게 만들죠. 안감을 넣고 접은 다음, 패턴 조각조각을 박음질하여 마무리하고 저만의 불 도장을 찍어 완성합니다.
작업하면서 특별히 신경쓰는 점이라면, 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좀 전에 말씀드렸듯, 저는 조소를 전공했기 때문인지 재료의 물성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재료가 가진 본연의 특성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그래서 가죽을 태우는 레이저 커팅도 절대 하지않아요. 재봉틀을 포함한 기계 사용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하고요. 그리고 누군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저만의 기술적인 디테일에 신경써요.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거든요. 이렇게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모방’이라는 문제는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쓰려고 합니다. 한 가죽에서 최대한 많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잘 만들어진 작품을 만들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작업을 해요.



처음에 말씀하셨던 ‘잘 만든 보통작품’을 만드신다는 자기소개가 점점 더 와 닿네요. 가죽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작가님께서 사용하시는 가죽은 어떤 가죽인가요?
제가 사용하는 가죽은 버팔로, 글레이징 이라는 가죽이에요. 가죽제품을 만드는 장인이 있고, 가죽을 만드는 장인이 따로 있잖아요? 글레이징이란 가죽은 화학 코팅을 하지 않고 이태리 가죽 장인들이 유리로 문질러 광을 낸 가죽이에요. 단추도 다 일본수입 제품이고요.


그럼 한 작품을 보통 몇 개씩 만드세요? 그리고 작품 만드시는데 평균적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궁금해요.
필통 같은 경우에, 한번 패턴을 떠내고 나면 보통 한 디자인을 10개 정도 만들어요. 그리고 그렇게 10개를 만드는데 평균적으로 3일 정도 걸리는 것 같네요. 3일은 내내 끊임없이 만드는거죠.


와 힘든 과정이겠네요. 그런데 작업이 항상 잘 될 수는 없잖아요? 때때로 작업이 손에 잘 안 잡힌다거나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주로 작업이 잘 안 되는 편이에요.(웃음) 특별히 슬럼프구나 싶은 때는 이럴 때죠. 작품을 10개 만든다면 그중에 3-4개를 망치는 경우요. 큰 실수는 아니지만 일단 바느질 땀이 한 땀만 더 가버려도 그 자리에 구멍이 나 버리는 거니까 그 가죽은 못 쓰게 되거든요. 예전에는 실수가 있어도 일단은 다 완성해서 친구들을 주거나 직접 쓰거나 했었는데 요즘은 그냥 새로 시작해요.
이렇게 망쳐버리면 작업을 하기 싫어져요. 그러면 한 3 일정도 아예 작업을 안 해버려요. 쳐다보지도 않는 거죠. 원래 놀다 보면 공부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맘이라잖아요. (웃음) 그렇게 작업을 쉬면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보면 결국엔 뭔가가 만들고 싶어지고 작업이 다시 손에 잡히더라고요.



그렇군요. 하긴 어떤 일을 하던 손에 잘 안 잡힐 때가 있고는 하니까요. 그럼 공방에는 얼마나 자주 나가세요? 공방에 나가지 않는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는지도 궁금하네요.
공방에는 매일 나가요. 매일매일 작업해요. 작업을 안 할 때는 책을 많이 읽어요. 표지 예쁜 책을 골라서 닥치는 대로 읽기도 하고 마케팅을 전공한 친구들이 추천해주는 ‘쇼핑학’ 같은 책을 읽기도 하죠. 사실 별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읽었다는 데서 오는 안도감은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미국 드라마나 시트콤같은 것들을 하루에 쭉 몰아서 보기도 해요. 근래엔 스타워즈에 다시 꽂혀서 시리즈를 다시 다 봤었어요.


공방에 관해 얘기 좀 해주세요!
공방은 ‘이서’를 위한 공간인데 요즘 새로운 기계가 자꾸 늘어서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이서의 '이'는 제품을 만드는 제 친구고, '서'는 저에요. 둘이 함께 하는 공방이죠. 대학친구인데 서울에 올라와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만나서 이렇게 함께 공방을 차려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혹시 영감이나 영향을 주는 주변 사람이 있나요?
저는 같은 가죽 작업을 하시는 분들보다는 친구에게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독립영화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요. 처음에는 그 친구의 영화를 보면 이해도 가지 않고, 무슨 소릴 하자는건가 도통 몰랐거든요. 그러나 점점 발전해 나가는 그 친구의 영화를 보면 영감보다는 사실 자극을 많이 받아요. ‘한번 사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자’ 라는 생각을 공유하는 친구거든요. 저도 그 친구에게 자극을 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마지막 질문이네요. 작가님의 10년 후, 어떻게 생각하세요? 목표가 있으신가요?
안정된 작업환경을 가지고 싶어요. 작은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서 제 작품판매도 하고 강습도 하고 싶어요. 제 작업 방식은 다른 커뮤니티에서 하는 것과는 방법론적으로 조금 다르거든요. 작업을 독학으로 배워놔서요.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이 하는 방식 말고 제 방식으로 배워보고 싶으신 분들께 가르쳐드리고 싶네요. 저는 규모가 큰 유명 브랜드보다는 타협하지 않고 튼튼하고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신뢰가 가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고정된 매니아 층이 있는 그런 브랜드요. 그리고 앞으로는 가방 같은 조금 큰 작품들을 만들려고 해요.



지금까지 서상혁 작가님과 함께한 인터뷰였습니다. 질리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과 좋은 소재로 튼튼한 가죽 작품을 만드시는 작가님의 곧은 심지를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타협하지 않는 장인 정신을 가지고 좋은 작품활동하셔서 많은 사람이 신뢰하는 YISUH가 되기를 누보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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